제주도 골프장 라운드 후기

나인브릿지, 세계 100대 코스인 이유

제주도민 골퍼 2022. 5. 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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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나인브릿지엘 다녀 왔습니다.

1년에 한 두 번 하는 제주도민 개방행사에 운 좋게 당첨돼 지인들과 라운드를 하는 기회를 얻었어요. 가격이 세긴 했지만, 워낙 도내 골프장 그린피가 많이 인상되다 보니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보기플레이 골퍼가 되고 나서 처음 찾아 본 나인브릿지.

이전엔 잘 몰랐는데 왜 나인브릿지가 국내 최초의, 그리고 꾸준히 여러 해외 전문 매체들로부터 세계 100대 골프장의 하나로 꼽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나인브릿지의 18홀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여러 홀의 레이아웃이 대동소이한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명문 골프장이라 불리는 곳들도 몇몇 홀들은 비슷하게 설계된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다 보니 몇 개의 클럽만 중점적으로 쓰게 되기도 하고, 쳤던 홀을 다시 치는 기분이라 지루한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인브릿지는 18홀을 도는 동안 비슷한 느낌을 주기는 커녕 전혀 다른 인상을 줍니다. 그래서 매 홀 지난 홀에서의 과오를 잊고 심기일전하여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도전하게 만듭니다.

 

18번홀 (하일랜드 9번홀) 그린. 나인브릿지의 시그니처(Signature) 홀

 

 

잘친 샷과 못친 샷에 대한 보상과 페널티가 확실한 공정한 코스

어떤 코스는 티샷을 페어웨이로 보내나 러프로 보내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경기 진행을 위해 러프를 짧게 깎다 보니 어떨 때는 디봇이 많은 페어웨이보다 더 치기 편한 경우가 있기도 하죠.

또 어떤 코스는 벙커에 빠지더라도 탈출하는데 큰 부담이 없고, 심지어 벙커에서 세컨샷으로 온그린도 쉽게 하기도 합니다.

이런 코스 세팅을 전문가들은 불공정(Unfair)하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나인브릿지에서 이렇게 티샷을 러프나 벙커로 보내면 매우 무시무시한 페널티(Penalty)가 주어집니다. 페어웨이가 넓고 전장이 PGA코스 치고는, 아니 여타 제주의 다른 코스보다 짧은 편이지만 2미터 이상의 깊은 벙커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볼이 잠길 정도의 러프지역도 많아 탈출을 목표로 해야 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이 날 벙커와 러프에서 주제도 모르고 욕심을 부리다 몇 타를 헌납했는지.

 

18번홀 티박스에서 바라 본 페어웨이 벙커. 장타자들은 왼쪽 벙커를 넘겨 세컨샷을 노리는데, 자칫 바람에 밀리거나 짧게 되면 낭패를 보게 된다.

 

 

14개의 클럽과 전략으로 공략해야 하는 코스

몇 년 전 어떤 코스에서 싱글스코어에 근접하는 성적을 거둔 적이 있었지만 그리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18홀 동안 4~5개의 클럽만 사용했기 때문이죠. 거의 모든 홀의 전장이 비슷하고, 난이도를 부여할만한 요소가 없다시피 했거든요. 덕분에 일행들과 명랑하기는 했지만, 경기는 솔직히 좀 지루했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나인브릿지는 전장이 길지 않습니다. 파4 홀 중 300미터 전후 정도의 짧은 홀들도 몇 있는 정도. 그러나, PGA 코스를 유치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스타일의 리벳티드 벙커를 더 보강했고, 그린 엣지를 짧고 경사도 있게 관리해 핀 공략에 실패할 경우 무시무시한 직벽 벙커에 빠져 많은 타수를 헌납해야 합니다. 때문에 무조건 드라이버를 잡고 '돌격 앞으로' 하게 되면 반드시 낭패를 보게 돼 있습니다.

다소 짧은 전장의 파4 홀이라 할지라도 전략적으로 우드나 유틸리티, 아이언 티샷을 해 세컨샷 공략에 유리한 페어웨이로, 가장 자신 있는 거리가 남게끔 티샷을 하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전략을 수행해 내기 위해선 14개의 클럽을 적절히 조합해 샷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10번홀(우측)과 18번홀(좌측) 전경

코스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해 주는 매니지먼트

10년 전만 하더라도 나인브릿지가 주는 인상이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분명 그 때도 뛰어난 레이아웃을 갖고 있었지만, 현 수준의 매니지먼트가 수반되지 않았기에 그 아름다움이 제대로 부각되질 못한다는 평을 받았었습니다.

그러나 美PGA 씨제이컵을 유치하기 위해 PGA의 코스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아 매니지먼트의 수준을 끌어 올렸고, 리베티트 벙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영국에서 고급자재를 직수입해 시각적인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짙푸른 페어웨이와 새하얀 벙커의 콘트라스트는 티박스에 선 골퍼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오잘공(오늘 제일 잘 친 공)을 유혹합니다.

그리고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골퍼는 사이렌에 홀린 뱃사람처럼 대가를 치루게 됩니다.

백돌이를 탈출하고 나서 다시 마주한 나인브릿지.

이제서야 왜 세계 100대 코스 리스트에 한국을 대표하는 코스로 항상 손꼽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10번홀. 페어웨이가 넓은 편이지만 은근 우측 벙커(190~230미터)에 고전하는 골퍼들이 많다. 아예 안전하게 페어웨이 좌측을 공략하는게 좋다.

 

11번홀. 전장은 짧지만 좁아지는 페어웨이와 우측 워터해저드, 좌측 숲이 부담스럽다.

 

13번홀(파3). 우측 벙커가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깊다.

 

14번홀. 300미터가 안되는 짧은 파4 홀. 장타자라 하더라도 원온이 될 정도가 아니라면 좌우측 벙커 사이를 안전하게 공략해야 한다.

 

16번홀. 좌측 도그레그 홀인데 좌측의 벙커 때문인지 우측으로 흐르는 경사도 때문인지 우측으로 밀리는 샷이 많이 나온다.

 

17번홀(파3). 좌우 그리고 우측 뒤편에 큰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이 날 맞바람이 부는 가운데 2단 그린 아래 쪽 앞 핀이 꽂혀 있어 티샷 공략이 매우 까다로웠다. 한 클럽 길게 잡고 낮게 티샷했는데 운 좋게 우측 벙커를 살짝 넘어 온 그린. 버디 퍼팅이 아쉽게 안 들어가 기분 좋게 파로 마무리했다.

 

2번홀(파3). 티 샷 실수를 해 좌측 벙커에 빠졌는데 또 실수, 반대편 벙커에 또 빠지면 타수를 왕창 까먹었다.

 

티샷 미스를 하고 분을 삭이며 PGA 선수들처럼 그린까지 걸어가 봤다. 제주 돌담이 그런 내 마음을 달래 준다.

 

3번홀(파5). 멀리 보이는 백록담과 구름, 파란 하늘과 숲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3번홀의 그린. 자신 있는 거리가 남았다면 핀을 바로 공략해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벙커 앞이나 우측을 안전하게 공략하는 편이 좋다. 벙커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4번홀 그린. 이 날 티샷이 좌측으로 감기며 그린이 안 보였는데 무리한 세컨샷을 하다 타수를 잃었다. 그린이 보이는 지점으로 티샷을 보내 세컨샷을 시도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세컨샷 역시 그린 우측보다는 왼쪽을 넉넉히 보고 해야 한다. 우측은 공간이 없다.

 

5번홀. 우측의 깊은 벙커를 넘기더라도 경사도 있는 러프에 걸릴 수 있으니 무조건 왼쪽 페어웨이를 공략해야 한다. 다만 왼쪽 페어웨이에서는 워터해저드를 넘겨 그린을 공략해야 하는데 거리가 짧은 편이니 길더라도 자신있게 샷을 해야 한다.

 

5번홀 세컨샷 지점. 티샷을 잘 보내 핀까지 100미터가 남았지만, 맞바람이 불고 있어 여유있게 잡고 풀스윙. 안전하게 온그린했지만 너무 길어 결국 쓰리펏..

 

가장 어려운 6번홀(파4). 가장 길기도 하지만 중앙의 벙커가 매우 부담스럽다. 벙커 우측을 노렸는데 아쉽게 다시 벙커. 다행히 세컨샷을 환상적으로 구사해 그린 엣지까지 보내 보기로 막을 수 있었다.

 

6번홀 페어웨이 우측에 비비고 존 광고판이 있다. 씨제이컵(CJ CUP)을 할 때는 이 곳에 비비고 스낵코너를 운영한다.

 

6번홀 그린. 벙커가 진짜 엣지 있다.

 

7번홀(파3). 엄청 큰 벙커가 인상적인 홀. 우측의 그린 엣지가 매우 짧고 경사도 있게 관리돼 있어 위험하다.

 

8번홀. 스카이홀이라 불리기도 하는 인기 많은 홀이다. 그린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PGA 선수들은 원온 시도를 하기도 하는 짧은 파4의 8번홀 그린. 나 역시 세컨샷 역시 얼마 안 남을 정도로 티샷을 잘했지만 세컨샷 실수를 해 그린 뒤로 넘어가 또 다시 타수를 많이 잃었다.

 

9번홀(파5). 우측의 오름과 좌우의 삼나무 숲, 그리고 저 멀리 한라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홀이다.

 

9번홀 그린. 중간에 엄청 고생한 벙커들이 즐비한데 역시나 그린에서는 벙커가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이 글은 2021년 4월 클럽 나인브릿지의 제주도민 개방행사에 다녀와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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