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CC, 떠오르는 신흥명문 골프장
제주도 골프장 중 명문골프장이라 하면 흔히 나인브릿지, 블랙스톤, 핀크스가 3대장이라 할 수 있고, 그 바로 턱 밑을 엘리시안, 세인트포, 스카이힐, 테디밸리 정도가 뒤따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기준이라면 공신력 있는 매체(골프매거진, 골프다이제스트 등)에서 선정하는 한국 베스트코스 랭킹 순위가 가장 우선시 되는 척도라 할 수 있고, 그 다음이 각 골프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코스/서비스 품질에 대해 내린 평가들이 입소문을 이뤄 암암리에 공감대가 형성된 순위일 듯합니다.
전자는 앞의 3대장, 후자는 뒤의 골프장들을 꼽는 기준이 되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 시국을 거치며 조용하게 신흥명문으로 떠오르는 골프장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사이프러스CC입니다.
여성 속옷 전문브랜드 비비안을 운영하는 남영의 소유 골프장이었다가, 2020년 모자 생산 1위기업인 영안모자가 인수를 했습니다. 인수 직후 코스전문관리기업인 (주)대정골프엔지니어링에 코스관리를 비롯한 운영 전반을 위탁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 때 페어웨이 배수가 잘 안돼 볼 박힘 현상이 극심했던 사이프러스CC는 이후 '환골탈태'라 할 만큼 놀라운 변신을 거듭했습니다.
넓고 긴 페어웨이 말고는 특색이 없다는 악평은 더 이상 오간데 없고, 잘 관리되고 주변의 오름, 수림대와 어우러진 목가적인 풍광이 일품이라는 호평 일색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직 앞서 언급한 골프장들만큼의 인지도가 없지만, 한번 다녀 간 고객들의 재방문 의사가 굉장히 높은 것을 보면 결코 과장이라 할 수 없겠죠.
무엇보다 작년부터 1.5억원의 회원권을 최근까지 300여 구좌 분양했다고 하는데, 이는 단순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골프회원권 수요가 증가한 영향이라고만 치부하기엔 굉장한 인기라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제주도 골프장 회원권의 한계는 극명하기 때문입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라운드하고 나서 바로 계약을 하는 분들도 여럿이라고 할 정도로 고객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일 것입니다.
사이프러스CC는 제주도 내에서 전장이 가장 긴 골프장 중의 하나입니다.
전장이 길기로 유명한 블랙스톤CC, 중문CC 보다 훨씬 전징이 긴데, 정작 티박스에 서면 넓고 평탄한 페어웨이 때문에 시각적으로 그런 느낌을 못받습니다.
때문에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자 분들은 쉬운 코스라 생각했다가 생각만큼 타수가 나오질 않아 스트레스를 토로하곤 하는데, 이는 화이트 기준 6천미터를 넘는 긴 전장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사이프러스 회원제코스 6,057미터
- 블랙스톤 5,850미터
- 중문 5,725미터
다른 중산간의 골프장 보다는 그린 언듈레이션이 심하지 않은 편이지만, 은근 홀컵 주변의 잔라이가 많아 신중한 퍼팅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전국 30여개의 골프장의 코스관리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주)대정골프엔지니어링이 관리 전반을 맡은 이후, 사이프러스CC 코스는 그 디테일의 변화가 더 눈에 띕니다.
남성들의 잘 관리된 구레나룻과 뒷머리가 깔끔한 인상을 주듯, 고객들이 전동카를 타고 다음 홀로 이동하는 동안 보게 되는 카트도로 주변의 잔디관리, 조경이 골프장의 인상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작년부터 사이프러스CC가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바로 이 부분.
홀과 홀 간의 동선은 거의 방치되다 싶은 곳들도 많았지만, 이제는 전 홀의 '현타'를 잠시 흘려 보낼 수 있는 '볼 거리'와 잘 관리된 자연에서의 '쿨 타임'을 선사합니다.
그린피가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급상승해 아쉽긴 하지만, 대체로 다녀 간 고객들로부터 그 정도의 품질(퀄리티)라 인정 받고 있으니 그래도 도리어 품질저하에도 가격만 올린 골프장들에 비하면 매우 양심적이라 할 수 있겠죠? :)
다만 일본여행이 이번 달부터 재개되고, 현 정부의 외교 기조 상 조만간 예전처럼 무비자 여행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제주도 골프장들의 내장객 감소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내장객과 객단가 감소가 확실시 되는 향후 몇 년 간, 사이프러스CC가 확고부동한 명문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