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레이아웃의 라헨느CC와 라헨느 맛집 명도암정식
아이폰의 앨범의 뒤적이다 보니 5월 31일 라운드했던 라헨느CC의 사진을 보고 뒤늦게 후기를 안 남긴 걸 알았네요.
시간이 좀 되긴 했지만 잊혀지지 않는 즐거움 가득한 날이었던 터라 간략하게 남겨 봅니다.
일단 라헨느CC는 회원 수가 굉장히 많은 회원제 골프장입니다.
때문에 일반인 예약은 가능하기는 하나, 상대적으로 18홀인데다 회원 예약이 우선인지라 좀 타이트한 편입니다.
제주도 골프장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워낙 경영난을 겪다 보니 타이트한 예산으로 코스관리를 했었는데, 코로나를 겪으며 특수도 누리니 코스에 적잖은 예산들을 투입하며 오픈 초의 명성들을 많이 회복하는 모양새입니다.
물론 골퍼들 입장에서야 이전 대비 너무 가격이 올랐으니 바가지를 씌운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제가 다녀 본 수도권 구장들에 비하면 버는 만큼 그 값어치를 한다 생각이 들 정도로 코스에 투자한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각설하고 이 날 라헨느CC의 코스 컨디션도 상당히 훌륭했습니다.
덕분의 라헨느의 재밌는 코스 레이아웃이 확연히 부각되는 느낌.
라헨느CC는 적당히 완만한 구릉지대를 잘 살려서 만든 코스로, 구릉지대의 다른 코스들 대비 상대적으로 더 완만한 편입니다. 특히 각 샷의 랜딩지점이 대부분 평탄한 편이라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 내리막, 오르막 라이에서의 샷을 덜하게 됩니다. 물론 잘 친 샷 기준입니다 :)
라헨느CC는 각 홀마다 페어웨이의 좁아지고 넓어지는 지점들이 드라마틱하게 조성돼 있어 매 샷마다 공략지점을 명확히 설정하고 샷에 들어가야 합니다.
위의 사진과 같은 홀인데 그린에서 보는 홀의 전경은 상대적으로 더 평탄해 보입니다.
아마 한라산 착시효과가 이런 원리 비슷한게 아닐까 싶네요.
이 날은 연습장에 드라이버를 두고 오는 바람에 5번 페어웨이 우드로만 티샷을 했습니다.
그래도 드라이버였다면 죽었을 공도 덜 나간 비거리 덕에 살고, 방향성에 자신이 점점 붙으니 좁아 보이는 페어웨이도 자신 있게 공략해 봤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도 드라이버와 큰 차이가 안 나 일행들이 3번 우드를 구입하라고 여러 번 칭찬하셨다는 ㅎ
이 날은 5월의 마지막 날이었기에 페어웨이가 양탄자 같았는데 지금은 폭염 때문에 이 정도까지는 아닐 겁니다.
그래도 시내 보다는 3~5도 선선한 300~500미터 고지에 위치해 있고, 예년 보다 관리비용을 많이 쓰고 있으니 준수한 수준을 유지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아마 9~11월에는 위 사진과 같은 컨디션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라헨느CC의 장점은 홀마다 그 개성이 뚜렷하다는 점입니다.
어떤 골프장들은 비슷한 레이아웃의 홀들이 반복되다 보니 스코어가 잘 나와도 지루한 경기 때문에 실망하게 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라헨느CC는 18홀 내내 항상 새로운 느낌을 줍니다.
라헨느CC는 시내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오름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복잡한 일상으로부터의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파5홀들은 거리를 내야 하는 만큼 페어웨이가 파4홀 보다는 비교적 넓게 설계돼 있습니다.
구릉지대의 골프장들이 대체로 그렇듯 그린의 언듈레이션이 꽤 까다로운 편이기 때문에, 그린을 공략할 때 캐디 분에게 그린의 경사도와 핀 위치를 체크하신 후 클럽을 선택하시길 추천합니다.
저는 보이스캐디 워치를 쓰고 있는데 그린 공략하기 전에 꼭 그린의 경사도를 보고 클럽을 선택합니다.
물론 생각한 대로 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퍼팅의 성공률이 확실히 높아짐을 느낍니다.
라헨느CC의 파4 홀들은 대체로 길이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대신 페어웨이가 넓은 파5 홀 보다는 도그레그의 레이아웃이나, IP 지점의 페어웨이가 좁아지는 등으로 난이도를 부여한 홀들이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라헨느CC의 파4 홀은 티샷이 가장 중요해 보입니다.
(물론 대부분 그렇긴 합니다만 ㅎㅎ)
골프에 진심인 우리 부장님은 연습장에선 연습도 잘 안하고, 필드만 열심히 나가시는데도 저 보다 훨씬 폼이 수려합니다.
진심 부럽습니다... :(
개인적으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라헨느CC의 홀인데 파5 로 기억합니다.
화이트 티 기준으로 230미터 이상을 보내면 막창 나기 쉬워, 거리가 나시는 분들은 우드 티샷을 권합니다.
좌측 90도 도그레그홀이라 보이는 페어웨이 좌측으로 보낼수록 유리한데 보이는 공간이 다이기 때문에 가급적 가운데를 보고 안전하게 티샷을 하는게 중요합니다.
티샷을 안전하게 페어웨이에 보냈더라도 볼 위치에 따라 그린까지 170미터 이상이 남고 해저드를 넘겨야 하며, 그린 주변에 큰 벙커들이 있어 투온이 쉽지 않습니다. 여기서 투온에 성공하면 정말 스윙이 좋은 분으로 인정!
저는 그 정도 실력이 아니라 좌측 넓은 페어웨이로 세컨샷을 칩니다.
안전 위주의 세컨샷도 페어웨이를 잘 지켜야 합니다.
이렇게 예쁜 풍경의 홀이지만, 그린 공략이 녹록치 않아 콧대 높은 도도한 미녀를 연상케 합니다.
한라산과 어우러진 멋진 풍경의 파3 홀.
라헨느CC에 올 때마다 이 홀은 항상 바람이 불어 클럽 선택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좌측의 벙커는 꽤 깊은 편이고, 그린 좌측으로 경사도가 있는 편이라 우측의 넓은 그린면을 공략하는게 안전합니다.
간혹 장타자 분들이 그린을 바로 공략하기는 하지만 성공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린이 상대적으로 작은데다가 큰 워터해저드가 있어 비거리만큼이나 정확도가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우측의 페어웨이만 지키면 남성기준 7~8번 아이언 이하의 거리가 남습니다.
단, 그린이 작은 편인데다 앞뒤로 벙커가 있어 정확한 샷이 요구됩니다.
라헨느CC는 치면 칠수록 공략하는 재미가 상당한 코스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구릉지대에 있으면서도 단조롭게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지도 않고, 잘 쳐서 페어웨이로 보낸 샷도 자세 잡기도 힘든 라이로 페널티 주는 홀도 거의 없는 편입니다.
장타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이 골프지만, 정확도 없는 장타 보다는 정교하면서도 전략적인 플레이의 골퍼들의 승산이 더 높은 흥미진진한 라헨느CC.
동반자들과 자웅을 겨루는 제주 골프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일정 중에 한번은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다른 골프장 라운드 후기와 달리 라헨느CC를 가시게 되면 꼭 이 음식점은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바로 골프장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의 '명도암 정식'.
도민이나 여행객들로 늘 북적이기 때문에 좀 여유있게 가셔야 되는 명도암정식은 1인 가격이 15,000원으로 7가지의 반찬과 고등어조림, 떡갈비, 된장찌개와 돌솥밥이 나오는데 그 맛이 하나 하나 정말 좋습니다.
이 날 거래처 사장님 두 분을 모시고 접대했는데 두 분 모두 가격과 상차림, 맛에 반하셔서 다들 다음에 따로 지인들과 가 보시겠다고 하시네요.
라운드 후라 너무 허기져서 허겁지겁 먹느라 사진을 한 장도 못 찍었습니다.. ㅠㅠ
골프일정이 없어도 근처 지나실 때 꼭 한번 들러 보시길 강추, 강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