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CC 여름 라운딩 후기, 이 잔디 실화?!
존경하는 선배님이 사이프러스CC에 초대를 해 주셔서 지난 주말 댕겨왔습니다.
요즘 '환골탈태', '상전벽해'라는 사자성어를 달고 다닐 만큼, 기존 명문골프장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사이프러스CC.
최근 폭염과 장마이 연일 계속되다 보니 과연 어느 정도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일단 그린 스피드는 2.7미터.
비가 자주 내린 점을 감안하면 준수하지만 조금 아쉽긴 하네요.
요즘 필드에 나올 때마다 화창한 날은 잘 없고 이렇게 흐린 날의 연속이네요 ㅎ
사진은 좀 안 예쁘게 나오지만 바람도 선선하게 불고 골프치기 최상의 날씨입니다.
이 날은 회원제코스에서 라운딩을 했는데, 코스 주변으로 리조트 개발 때문에 펜스가 둘러쳐 있었습니다. 잠시 중단된 상태라 하는데,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랄까.
펜스 때문에 페어웨이가 좁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넓어요.
이 홀에서 슬라이스 심하게 났는데도 아주 안전(?)하게 잘 살아 있었습니다 ㅋ
좌측의 워터해저드가 부담을 주는 파3 홀.
워터해저드 때문에 우측 그린을 보고 티샷을 했는데 다소 짧아서 벙커.
이 날은 벙커가 젖어 있어서 고민을 하다가 자신있게 쳤는데 그린을 후울쩍~ 멘탈 부여잡고 40미터 어프로치로 겨우 온그린 하긴 했는데 그린이 또 까다로워 결국 양파를....
멀리 한라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홀.
기묘한 형상의 구름과 어우러진 신비한 느낌을 자아 냅니다.
가끔 홀아웃할 때 뒤를 돌아보면 굉장히 예쁜 풍경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공략할 때는 무지 힘들었던 홀인데, 지나고 보면 그저 아름다움만 남아 있는.
역경의 시간을 지나 보면 그 마저 추억이 되는 인생 같습니다.
맞바람이 부는 파5 홀에서 티샷이 잘 맞았는데 바람 때문에 그리 멀리 가질 못했네요.
세컨샷을 우드로 젖먹던 힘까지 내서 쳤는데 훅으로 거의 다이(DIE)할 뻔 했지만, 운 좋게 이렇게 카트도로에 걸려 살았습니다 ㅎ
한 클럽 이내 드롭하고 신중하게 웨지로 잘 올려서 5미터 오르막 퍼팅을 남기고, 꼼꼼하게 전후좌우를 잘 살펴 자신있게 스트로크~ 처음이자 마지막 버디를 기록합니다! ㅎㅎ
사이프러스CC 골프텔이 보이는 다소 짧은 파4 홀.
오랜만에 동반한 형수님이 이국적이라고 감탄하시네요.
확실히 제주 토박이이다 보니 이런 풍경이 익숙하지만, 가끔 내륙골프장엘 다니다 보면 제주도 골프장의 정취가 참 이국적이긴 합니다.
뭐랄까, 한국과 동남아의 중간 어디메쯤? :)
사이프러스 회원제코스는 대중제코스 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짧은 느낌이지만, 또 상대적으로 좁은 페어웨이와 다소 변주를 넣은 레이아웃 때문에 난이도가 더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여타 구장들보다는 그래도 전장이 긴 편이고, 페어웨이도 넓은 편이에요.
165미터 정도 되는 파3 홀이었는데, 겸손하게 롱아이언 잡지 않고 하이브리드 컨트롤로 가볍게 쳐서 엣지.
투 퍼팅으로 기분 좋게 파를 잡았습니다.
예전에는 동반자들 보다 긴 클럽 잡는게 자존심 상해서 무리수를 많이 뒀는데, 이젠 구력이 쌓이면서 실력보다는 겸손이 늘어 제 주제(?)에 맞는 클럽 선택을 하는 편입니다.
그게 스코어도, 제 마음도 지키는 지름길이더라구요 ㅎ
사이프러스CC는 제주의 오름들이 밀집해 있는 동부 중산간지역에, 과거 목장이었던 곳에 조성되었습니다.
때문에 평탄하고 넓은 코스 주변으로 크고 작은 오름들과 숲으로 둘러 싸여 있어 자연에서의 해방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 날은 유독 벙커에 자주 빠졌네요.
요즘 비거리가 좀 느는 듯 싶더니 이 날은 바람 탓인지, 체력저하 탓인지 조금씩 짧아 계속 벙커..
설계가들이 평균적인 비거리 위치에 벙커를 많이 만든다더니, 저는 영락없는 평균 비거리 골퍼인가 봅니다.
어느 프로 말마따나 연습장 가는 것보다 시간 날 때마다 푸쉬업이나 더 해서 파워를 늘려야겠습니다 ㅎㅎ
거친 질감의 구름과 대비되는 매끈한 페어웨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가 좋습니다.
잔디 못지 않게 코스의 인상을 좌우하는 것이 벙커인데, 벙커 관리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굉장히 크고 평탄해 보이는 사이프러스CC의 그린.
그러나, 멀리 보이는 한라산이 주는 미세한 착시효과가 상당합니다.
이 날 뒷 팀에서 치셨던 싱글 골퍼 분은 거의 대부분의 홀에서 레귤러 온을 했지만, 이 착시효과에 고전해 버디를 못하셨다고 합니다.
캐디 분으로부터 내리막, 오르막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나의 생각과 다를 경우 전후좌우를 다니며 한번 더 살펴 라인에 대한 확신을 갖고 퍼팅을 하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가끔 정반대의 조언을 캐디로부터 들을 때, 반신반의하다가 퍼팅 스트로크가 꼬이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오랜만에 다시 찾은 사이프러스CC의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코스에 다양한 꽃들이 여기저기 많이 심어졌다는 점.
초록 일변도의 코스였지만, 칼라풀한 여러 꽃들이 중간 중간에 심어져 눈을 즐겁게 합니다.
코스의 본래 개성을 훼손하지 않는 정도의, 본디 코스에서 자생했을 것 같은 화초들이 어우러져 골프 여행의 운치를 더 해 줍니다.
이 날 18홀 중 가장 예뻤떤 파3 홀.
그린 바로 뒤로는 야생화가 심겨져 있고, 저 멀리 오름들이 병풍처럼 둘러 싸고 있는 아름다운 홀.
그러나, 멀리 성산포 앞 바다에서 불어오는 맞바람 덕분에 150미터 정도의 거리가 꽤 부담스러웠던 홀입니다.
바람을 이겨낸답시고 드로우 쳐 보겠다고 깝죽대다가 훅이 나서 다이(DIE) 했습니다 ㅋ
멀리 클럽하우스가 보이는 마지막 홀.
디봇이 없지는 않으나, 매일 140~150팀이 내장하는데도 이 정도 수준이라니 놀랍습니다.
마지막까지 그린 우측 벙커를 순방하고 더블보기를 기록, 최종 88타로 마무리합니다.
요즘은 85~89타를 계속 맴도네요. 언제면 안정적인 80초, 잘치면 70 후반에 진입할런지..쩝
잘 몰랐었는데, 사이프러스CC는 세계적인 코스 설계가인 피트 다이의 다이 디자인 그룹(DYE Design Group)에서 디자인했다고 하네요.
한국오픈의 성지 우정힐스CC, LPGA, KPGA 여러 대회를 유치한 바 있는 부산의 아시아드CC를 설계한 바 있는 Dye 디자인의 특성은, 골퍼들의 다양한 핸디캡 수준을 폭 넓게 수용하여 잘 치는 골퍼들에게 큰 부담없는 도전욕구를 자극해 주고
초보자들에게 또다시 찾고 싶은 재미있는 코스를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다이 디자인 그룹은 철저히 보통수준의 핸드캡 골퍼들이 제 스코어를 낼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설계한다는데, 가끔 쓸데 없이 너무 어렵게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을 명문골프장의 조건이라 여기고 운영하는 곳들이 있는데 그것이 과연 골퍼들에게 좋은 골프장인가 하는 고민을 해 봅니다.
사이프러스CC는 다이 다자인 그룹의 설계 철학에 부합한 좋은 코스로 계속 성장해 가는 중인 듯합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노후한 클럽하우스나 라커 내의 소소한 부분들은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업계에 입문한 초창기에는 코스가 좋아야 명문골프장이란 생각을 진리라 여겼었는데,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골퍼들의 전반적인 경험, 즉 IT업계에서 말하는 UX(User Experience)가 뛰어나야 진짜 명문골프장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장하는 순간부터, 골퍼가 제 실력을 발휘하고 공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코스의 레이아웃과 매니지먼트, 그리고 경기에 결코 작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캐디와의 호흡, 라운드 중 즐기는 골프장의 식음료와 서비스 등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뤄 최상의 만족감을 선사하는 곳이야 말로 진정한 명문골프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올 때마다 눈에 띄게 발전해 가는 사이프러스CC.
그 귀추가 더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