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골프장 도민할인, 그 유래와 앞으로 전망은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제주도에는 '제 2의 회원권'이 있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제주도민에 대한 그린피 할인 혜택이 워낙 크다 보니 '골프장 회원권'이 필요 없다는 우스갯 소리를 그렇게 하던 거죠.
그런데, 뜻하지 않은 '코로나 특수'를 맞으면서 이런 '도민할인' 혜택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습니다.
그나마 요즘에는 티도 여유있게 나오고, 제주도민에 대한 프로모션도 활발해 지고 있는 편인데 워낙 코로나 이전의 파격적인 혜택에 익숙해 진 탓인지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는 제주도민 골퍼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내륙 골퍼들에 비해서는 '혜자'스러운 프로모션을 제공함에도 이렇게 연일 지역언론에서 비판하고 지자체가 어떻게 제재할지 궁리할 정도로 제주도 골프장의 '도민할인'은 응당 했어야만 하는 '의무'사항 이었을까요?
20년 업계 종사자로서 그 유래에 대해서, 그리고 현 상황,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몇 자 적어 봅니다.
제주도 골프장 도민할인은 영업난 타개를 위한 프로모션에 불과
제가 이 업계에 입문했을 때가 2003년.
당시는 제주도 내 골프장이 9개에 불과했으니, 지금 현재의 29개에 비하면 턱 없이 적었습니다. 그리고 해외골프도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전이기도 하구요. 때문에 믿기 힘들겠지만, 겨울철 부킹은 그야 말로 하늘에 별따기였던 시절입니다.
때문에 봄/가을 주말이나, 겨울철에는 한 팀당 50만원~100만원의 부킹피(Booking Fee)가 붙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연히 제주도민이라고 해서 특별한 혜택이랄 것도 없었는데, 이런 상황은 2007~2009년 신규 골프장들이 대거 오픈하면서 180도로 바뀌게 됩니다.
지금처럼 골프인구가 많지 않았고 겨울철 따뜻한 동남아로 해외골프여행을 많이 떠나기 시작하면서 제주도 골프장들의 영업난은 가중되기 시작했고, 골프장들은 비수기, 주중 예약률을 높이기 위해 가격할인 경쟁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0여 년 무한 덤핑 경쟁이 반복이 되다 보니 어떨 때는 18홀 그린피를 스크린 골프장 수준으로까지 할인하는 상황에 이르러 1~2군데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27~29개 골프장이 적자에 허덕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죠.
더욱 심각한 것은, 내륙 골퍼와 가격 차가 비정상적으로 벌어지자 신분증 뒷면에 제주도 주소를 허위로 기재해 도민할인 혜택을 적용 받는 불법행위가 흔하디 흔한 일이 되어 버리고, 차마 그런 짓을 할 수 없었던 양심적인 골퍼들은 불쾌함에 제주도를 외면하고 해외골프를 떠나는 악순환에 늪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200626_0001074809#_enliple
도민할인 혜택에…제주 골프 관광객 ‘민증 주소 위조’ 기승
[제주=뉴시스] 강경태 기자 = 제주지역 골프장에서 도외 거주 이용객들이 주중 도민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자신의 신분증 주소지를 위조해 할인받는 등 악용하는 사례가 최근 속출하고 있다
mobile.newsis.com
그렇게 영업적자에 시달리던 제주도 골프장들은 각종 세금과 수도, 전기요금을 연체하다가 부도를 내기도 하고, 회원들의 회원권 반환을 못해 각종 소송에 시달렸으며, 고용 인원도 갈수록 감소하는 최악에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물론 이런 사태가 관광업의 비중이 큰 제주도의 입장에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보니, 개별소비세 면제를 위해 도정 차원에서 정부에 건의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혜택을 주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항공과 선박 외에는 내륙과 왕래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는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모든 항공사가 제주도민에 대해 10% 할인 혜택을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비수기나 비선호 시간에는 훨씬 저렴한 항공권이 많다 보니 거의 유명무실해진 상태입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제주도민 할인도 없고 부킹도 안된다?
최근 제주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기간 동안 제주도민 골퍼들의 불만은 주로 다음과 같습니다.
이용객들은 도민할인 축소 31.5%, 골프비용 인상 29.7%, 도민 부킹 기피 25.4%, 골프 코스 관리 부실 4.4%, 비싼 식음료비 3.6% 등
https://www.yna.co.kr/view/AKR20220712112000056
코로나19 기간 제주 골프장 이용 가격 증가에 불만…"인하해야" | 연합뉴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도 거주 골프장 이용객들이 코로나19 기간 도내 골프장의 이용 가격 증가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것으로 나...
www.yna.co.kr
언뜻 보면 뭔가 제주도민들에게 큰 불이익을 준 것 같지만, 주된 불만인 도민할인축소/골프비용인상/도민부킹기피는 모두 다 똑같이 '도민할인'이 예전만 못하다는 내용입니다.
어떤 자료에는 코로나 기간 도외 내장객은 크게 증가한 반면, 도민 내장객은 감소했다고 하는데 이 내용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도민할인' 요금 적용을 받은 골프장의 고객 수가 줄어들었다는 의미.
즉, 거주지가 제주도인 제주도민이라고 해서 골프장에서 부킹을 기피했다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로 유래 없는 특수를 누리다 보니 골프장들이 굳이 '도민할인' 프로모션을 안해도 될 정도로 풀부킹인 영업일이 많았던 결과일 뿐입니다.
최근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로 소비심리가 급속하게 얼어 붙으며 골프 수요 역시 급전직하하는 중인데, 때문에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다시 '도민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물론 아직은 해외골프가 활성화되기 전이라 코로나 이전의 가격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습니다.
전국 골프장의 정부의 철퇴가 가해질 예정. 그런데 과연 요금이 더 낮아질까?
코로나 기간 동안 골프장들의 소위 '갑질' 행태에 정부가 '철퇴'를 가하기로 한 모양이에요.
오는 11월부터 고가의 그린피를 유지해 온 대중제골프장을 '비회원제골프장'으로 규정해, 그 동안 면제해 줬던 개별소비세(약 22천원)을 부과하고, 재산세 역시 회원제골프장의 50% 수준으로 현행 대중제골프장 대비 약 5배를 인상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고가 그린피라는 기준이 그린피+카트피 10~12만원 수준이라는데 이게 현실적인지 의문입니다..)
제주도 골프장업계에서는, 제주도 29개 골프장 중 3개 정도만 대중제 명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 기존 대중제에서 비회원제로 전환되는 곳은 1개소당 재산세만 최소 7~8억원을 더 부담하게 되는데 이는 코로나 특수기간 동안의 연간 영업이익에 준하는 수준이며 올 해 공시지가도 10% 가량 상향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코로나가 끝나고 해외골프가 본격화되면 대다수 제주도 골프장들은 다시 영업적자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거기다 그 동안 인건비는 물론 각종 비용이 크게 인상돼 그린피 원가는 코로나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오른 상태.
여기에 그 동안 없던 개별소비세 22,000원까지 더해지면 항공, 숙박, 렌터카 등의 여행경비가 추가적으로 더 발생하는 제주도 골프장들이 내륙골프장과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제 살 깎기' 식의 덤핑 경쟁을 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코로나 특수를 겪으며 도내 골프장 업계 종사자들 간에 '가격 수준에 부합하는 품질'을 제공할 때 고객들이 만족하고 재방문하게 하더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도민할인' 프로모션을 골프장의 '약점'으로 생각해 현장에서 직원들에게 안하무인 식으로 고성을 지르는 행태도 대부분 사라졌다고 하네요.
따라서, 코로나 이후 제주도 골프 수요가 급감한다 하더라도 제주도 골프장들이 코로나 이전 수준의 '도민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하기란 불가능해 보입니다. 개별소비세와 재산세 증감분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기 위해서라도 지금 시행하고 있는 프로모션 수준 이하로 내려가서는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짓자면,
- 제주도 골프장들의 '도민할인'은 제주도민에게 응당 제공되어야 하는 '혜택'이나 '권리'가 아니라, 영업난을 타개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프로모션'일 뿐이며,
- 코로나 기간 동안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존 회원과 '정상가' 지불 고객만으로도 풀부킹이 계속되다 보니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았을 뿐 제주도민을 차별해 부킹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 그리고 오는 11월부터 정부의 세제개편으로 대부분 골프장들의 세부담(재산세, 개소세)과 각종 원가 증가요인으로 코로나 이후에도 현행 대비 큰 폭의 인하는 힘들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