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CC, 제주도 골프장 중 가장 저지대에 위치한 겨울골프 최적지
제가 골프업계에서 일한지 20년이 다 됐는데 유독 크라운CC에서 라운드할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드뎌 라운드를 하고 왔습니다. 이제 29개소의 제주도 골프장 완주를 드뎌 마쳤네요 :)
크라운CC는 제주도 골프장 중 가장 저지대인, 해발 40미터에 위치해 겨울골프 최적의 골프장으로 유명합니다.
사실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오라CC보다 훨씬 따뜻하고 눈도 잘 안 쌓이는 편이죠.
크라운CC는 특이하게도 관정이종환 교육재단 소유의 골프장으로 모든 수익금은 교육재단의 장학금 재원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관정이종환 교육재단은 대중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삼영화학그룹의 이종환 회장이 사재를 모두 기부해 설립한 재단으로 1조 7천억 규모의 자산을 가진 아시아 최대 교육재단입니다. 누적 장학금 1800억, 장학생 수가 1만1천명에 이를 정도로 장학사업으로는 국내에서도 1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크라운CC의 스타트하우스에 가면 커다란 기념비(?)가 서 있는데 한자로 '일근천하무난사'라고 적혀 있습니다.
검색해 보니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운 일은 없다'는 남송의 대유학자 주희(주자)의 시의 한 구절이라고 합니다.
음, 평생 기업을 일구고 전 재산을 기탁해 장학사업을 펼치고 계시는 회장님의 철학이신 듯합니다.
각설하고,
크라운CC는 27홀 골프장으로 동/남/서코스로 구분돼 있으며, 동코스는 양잔디, 남/서코스는 한국잔디가 식재돼 있습니다.
이 날은 서코스~동코스 이렇게 플레이했습니다.
크라운CC의 티마커는 독특하게 거북이네요.
회장님 연세가 올 해 100세라고 하시던데 우연의 일치일까요? :)
크라운CC 서코스는 페어웨이도 넓고 평탄해 편안한 느낌의 코스입니다.
매트가 아쉽긴 하네요.
페어웨이와 그린은 준수합니다.
어느 골프장이나 풍력발전기가 가깝게 보이는 홀은 기본적으로 바람이 항상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홀도 다른 홀에 비해서 바람이 꽤 많이 불더군요.
크라운CC 해저드에는 연꽃이 많이 보입니다.
키 작은 조경수도 많이 식재돼 있어 잘 관리된 정원의 느낌이 나는 홀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폼도 알흠다우신 우리 대표님,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는 적이 없습니다.
크라운CC에는 키가 훌쩍 큰 야자수들이 많아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홀들이 많습니다.
그린 너머로 보이는 야자수와 리조트풍의 건물이 골프여행의 기분을 만끽하게 합니다.
올 해 제주도는 4월까지 기온이 평년보다 낮은 탓으로, 특히 한국잔디들의 생육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편입니다.
크라운CC 서코스도 한국잔디가 식재돼 있는데, 그 영향 탓인지 군데 군데 베스트 컨디션이 아닌 곳들이 보입니다.
그래도 보정 하나 없이 이 정도면 훌륭하죠? :)
가을부터는 무척 기대됩니다.
그린 좌측에 볼 하나 보이시나요?
네 맞습니다. 유일하게 온 그린에 성공한 제 볼입니다 ㅎ
바람이 꽤 강하게 부는 긴 홀이었지만 유일하게 그린에 안착시켰는데, 그린 경사도가 사악합니다.
엄청 강하게 펏해서 겨우 능선을 넘어 파를 했네요.
오랜만에 같이 동반한 홍우석 프로님(신제주골프아카데미).
프로님 혼자 백티에서 쳤는데도 이기는 홀이 거의 없었습니다.
프로는 프로다~ :)
서코스의 마지막 9번홀.
대체로 페어웨이가 넓고 거리도 적당히 긴 편이라 무척 재밌게 플레이했습니다.
크라운CC는 1999년도에 오픈한 골프장으로서, 장기근속 직원들이 많은 골프장입니다.
스타트하우스의 직원 분들도 연세가 있는 분들이셨는데 엄청 친절하시더군요.
두부김치도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맛났어요.
막걸리가 술술 넘어 갑니다 ㅎㅎ
후반은 양잔디가 식재된 동코스.
전장은 서코스 보다는 다소 짧은 편입니다.
풍력발전기가 가깝죠?
네 맞습니다. 이 홀에서도 바람이 다른 홀보다 많았습니다 :)
멀리 오름이 구름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고, 야자수와 수국이 어우러져 신비한 느낌이 듭니다.
저지대의 구장답게 페어웨이가 평탄해 플레이하기도 매우 편안하네요.
크라운CC 동코스는 서코스보다 전장이 짧긴 하지만, 페어웨이가 상대적으로 좁은 편이라 좀 더 까다로운 편입니다.
티샷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데, 저는 페이드 구질이라 페어웨이 좌측을 보고 자신있게 스윙해 중앙을 지켰습니다.
그런데, 그린과 페어웨이 사이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어서 핀을 바로 공략하기 애매했다는..
가끔 전장이 짧거나 레이아웃이 너무 단조로운 홀들은 이런 식으로 핸디캡을 주는 것 같습니다.
크라운CC 동코스 옆으로 골프텔과 호텔 건물이 줄지어 있는데 외국 휴양지의 골프리조트 같죠?
그린 너머로 보이는 커다른 풍차는 실제 풍차가 아닌 조경용이라고 해요 ㅋ
그렇지만 리조트 건물 디자인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크라운CC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많은 수의 회원을 거느린 회원제 골프장이었습니다.
회원만으로도 예약이 풀로 차다 보니 비회원 골퍼들은 가 볼 기회가 별로 없어 오픈한지 2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코스에요.
그렇지만 막상 다녀오신 분들 사이에서는 잘 관리된 코스와 시설에 대한 만족도가 꽤 높은 곳이기도 합니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고 편안한 골프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 따뜻한 겨울 골프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들께 꼭 추천해 드리고 싶은 골프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