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 흑돼지 오마카세, 까망꼬숑
친한 사장님 초대로 노형동에 새로 생긴 흑돼지 오마카세 전문점엘 다녀 왔습니다.
흑돼지 오마카세?!
오마카세라면 일식 레스토랑에서 쉐프가 리드하는 대로 메뉴가 하나씩 나오는 코스요리인데 흑돼지 오마카세는 어떤 느낌일지 사뭇 궁금해 집니다.
흑돼지 오마카세 전문점 까망꼬숑에는 대략 10석의 바 테이블, 4인 테이블룸, 6인 테이블룸이 있는데 저희는 2명이라 바 테이블로 좌석이 준비돼 있었습니다.
참, 여기는 100% 예약제라 네이버 플레이스에서 사전에 예약해야 합니다.
까망꼬숑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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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테이블에 이렇게 좌석이 세팅돼 있습니다.
바로 앞 화로에서 쉐프 님이 흑돼지와 기타 재료를 구워 주시는데 준비된 재료가 예쁜 2첩 돌판(?)에 잘 정돈돼 있네요.
애피타이저로 나온 요리인데 바게뜨에 치즈를 올려 녹이고, 양파 수프에 담아 놨습니다.
달달한 양파가 입맛을 돋궈 주네요.
가브리살(?) 부터 시작.
이렇게 싱싱할 흑돼지 부위를 손님 앞에서 바로 구워 주는데 수도꼭지처럼 생긴 미니 후드(?), 환기구로 연기가 바로 빠지니 옷에 냄새도 안 배고 깔끔하니 좋습니다.
오픈 이벤트로 와인 1병도 서비스로 주셔서 쉐프님이랑 이런 저런 얘기도 하면서 맛있게 구워 주시길 기다립니다.
참, 여기 쉐프님은 세계적인 프랑스의 요리 학교 르 꼬르동 블루 출신의, 20년 경력 쉐프라고 하시네요.
이후 보여드릴 메뉴들을 보면 그럴 만하다 싶으실 겁니다 :)
소고기 육회, 문어숙회, 치즈, 그리고 해조류(?)를 차례로 쌓아 놓았는데 해조류로 살짝 말아서 한 입에 쏘옥.
상당히 고급진 맛인데 뭐라 잘 표현이 안되네요 ㅎ
애호박에 고명을 올리고 맑은 국물을 채워 넣었는데, 스푼으로 조금씩 잘라서 국물과 떠먹었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한식 베이스니 익숙한 맛이지만 깔끔한 맛입니다.
본격적으로 메인 디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까망꼬숑의 특이점은, 흑돼지의 특수 부위가 아닌 가브리살, 항정살, 목살, 오겹살 등 친숙하고 일반적인 부위를 활용한 요리들을 내 놓는데 각 부위에 맞는 소스와 양념, 조리법을 이용해 친숙하면서도 아주 색다른 맛을 선보인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요리 참 좋았는데, 광어 다진 살을 조금씩 떠서 아래의 소스와 함께 음미하는데 참 별미였습니다.
연속으로 흑돼지 요리가 나오는데 부위도 다르고, 맞춰서 사이드 메뉴의 재료와 찍어 먹는 양념류가 달라집니다.
막상 이렇게 사진만 놓고 보니 비슷해 보이는 느낌이 없잖아 있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요리에 따른 쉐프님의 설명과 함께 와인에 곁들이니 요리를 먹을 때마다 느낌이 새로웠어요.
아무래도 사진 찍는 기술을 좀 더 연마해야할 듯합니다 ㅋ
이제 소바가 나오면서 흑돼지 오마카세 코스가 후반부를 향해 갑니다.
사진의 구슬 같은 부분은 무슨 오일을 분자요리로 만든 거라고 하네요.
르 꼬르동 블루 출신 쉐프님 답게 이런 디테일이 다르긴 하네요.
전복 게우밥 같이 보이는 리조또인데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딱 제 취향입니다.
이 날 가장 재밌었던 메뉴.
쉐프 님 말로는 다른 고객 분들도 제일 재밌어 하신다는데 얼핏 '재떨이와 시가 담배'처럼 보이는데 디저트입니다.
검은색 재 같은 건 흑임자이고, 시가처럼 보이는 건 아이스크림이 담긴 과자에요.
흑임자를 찍어서 한 입씩 베어 무는데 그 맛이 예술입니다.
흑임자가 이렇게 고급스러운 식재료였나 먹는 내내 감탄했네요 :)
마지막 디저트인 샤베트인데,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얼음의 정도가 정말 딱 좋습니다.
제주도 최초, 아마 대한민국 최초로 흑돼지 오마카세 레스토랑이라 할 수 있는 까망꼬숑.
흑돼지 요리가 '고기서 고기'라고 퉁 치고 넘어 가기엔 정말 흔치 않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재밌는 곳이었어요.
모두에게 익숙한 부위를 가지고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깊은 풍미를 즐기면서 이런게 식도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또는 실제 셀럽들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한 입꺼리 메뉴를 조금씩 먹는 걸 보면서 '저렇게 먹어서 배차 차나' 싶었는데 맛을 음미하면서 와인과 함께 담소를 나누다 보니 단지 배만 채우는게 아니라 2시간 가까이를 오롯이 즐길 수 있었어요.
1인 99,000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긴 하지만, 요즘 10만원이 훌쩍 넘는 특1급 호텔의 저녁 뷔페의 가격과 만족도를 고려하면 오히려 혜자스럽단 생각이 듭니다.
남성끼리만 가기 보다는, 연인과 함께, 또는 여성을 동반한 소규모 모임을 갖기에 딱 좋은 레스토랑입니다.
하루에 17시, 19시 딱 두 타임만 운영을 한다고 하는데 좀 더 긴 시간을 두고 와인이나 다른 술과 곁들여 저녁을 즐기고 싶은 분들은 19시 타임을 예약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이상 제주에도 이런 레스토랑이 생겨 참 반가운 제주도민이었습니다~ :)